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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 걸그룹’ 아리수 3집앨범 / 당찬 젊은 여성·아줌마 분투기 등.  10~40대 여성얘기 민요·판소리로 / 현대적 요소 더해 대중 접점 넓혀

‘국악계의 걸그룹’으로 불리는 아리수 3기가 ‘여성’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담은 국악 음반 <여성, 아리랑꽃으로 흩날리다>를 냈다. 전통민요의 재해석을 바탕으로 민요의 현대화에 앞장서 온 여성민요그룹 아리수의 3번째 정규 음반이다. 지난해 3월 결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리수 3기를 지난 13일 서울 삼청각 일화당에서 만났다. 28살 동갑내기의 젊은 여성 소리꾼들이지만 모두 15년 이상 경기소리와 남도소리를 공부한 전공자들이다. 이들은 목요일마다 열리는 삼청각 상설공연 ‘런치콘서트-자미’에서 ‘액맥이’와 ‘사랑가’, ‘창부타령’, ‘엄마야 누나야’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여성들의 마음을 좀더 직접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리수 1~2기 선배들이 낸 1집 음반 <아리랑 나무를 심다>(2007년)와 2집 음반 <아리랑 나무에 꽃피다>(2010년)는 경기·서도·남도민요의 비중이 컸는데, 이번엔 그 색깔에서 좀 탈피해 젊은 소리꾼들이 민요뿐 아니라 대중음악도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창부타령’을 부른 이미리씨는 “쉽게 접할 수도 없고 진부하게 여겨지는 민요를 그 본연의 색깔을 갖되 젊은 사람들도 어색해하지 않을 만큼 세련된 현대민요로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경기민요 ‘창부타령’을 현대적으로 재편곡했고, 옛말을 지금 말법으로 고쳐서 임을 그리는 여인의 애절함이 좀더 가슴에 파고든다. 그러자 남도소리꾼 윤석영씨가 “앨범에 수록된 7곡 모두 10대부터 40대 이상까지 여성의 세대별 이야기를 전통민요와 창작곡으로 노래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부른 ‘멋진 여자’는 이 시대 젊은 여성이 꿈꾸는 당당한 삶의 모습을 마치 록 음악같이 빠른 비트의 대중음악 감성으로 표현해 흥미롭다. “개념 가득 자신 가득 나를 소개하겠소/ 노는 자리 놀 줄 알고 일할 때는 야무져. 누가 봐도 멋진 여자/ 회사에서 원하는 건 고분고분 여직원. 숨막히는 간섭들은 미련 없이 차버려/ 내 인생 내 뜻대로 당당하게 살겠소. 눈치 보기 이제 그만/ 할 말하면 세다고 해 꿈 찾으면 철없다 해/ 세상 앞에 자신만만 내 꿈 펼쳐보이겠소” 창작판소리 ‘나 아줌씨 이야기’를 부른 조준희씨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여성 문제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좀더 깊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나 아줌씨 이야기’는 평범한 가정주부인 ‘나 아줌씨’가 외자식 ‘태평이’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재취업을 시도하다 겪게 되는 애환을 판소리의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냈다. 아리수 3기의 음반은 창작판소리와 남도소리, 경기민요, 대중음악 등 전통에 기반에 두고 현대적으로 변주해낸 다양한 형식의 곡들로 채웠다. 또한 전통 타악 장단에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 피아노, 아코디언, 해금, 대금, 피리, 태평소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음악이 더욱 풍성해졌다. 아리수 1~2기 선배들이 편곡과 코러스로 참여했다. 윤석영씨는 “지난해 아리수에 참여하면서 처음엔 전통을 할 것인가, 퓨전 국악을 할 것인가 고민을 했는데 전통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계단을 밟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조준희씨도 “아리수가 퓨전 국악그룹이지만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니까 대중들과 우리 국악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을 제작한 아리수 대표 왕규식(48)씨는 “아리수 3집 음반을 계기로 ‘아리수 시즌3’이라는 이름의 시즌 형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곧 올해 시즌의 첫번째 이야기는 여성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일(노동), 세번째는 자연(생태)을 담은 앨범을 일 년에 하나씩 발표하여 시즌3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아리수는 아리랑의 ‘아리’와 나무 ‘수’가 결합해 ‘아리랑 나무’라는 뜻이다. 2005년 조미정(현재 음악감독), 남은선, 견두리, 박인혜, 정상희씨 등 경서도소리, 판소리를 전공한 젊은 소리꾼들이 아리랑을 뿌리 삼아 뿌리 깊은 노래나무가 되겠다는 의지를 이름에 담아 결성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