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리수 3집 앨범 ‘여성, 아리랑 꽃으로 흩날리다’

민요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노래이다. 먼저 우리는 민요 이전에 속요(俗謠)에 관해서 알아보아야 한다. 민요는 어느 소리가 정형화된 가사와 음률을 갖고 있는 것이지만, 그 이전의 소리는 정형화 되지 않은 소리이다. 이것은 창자의 기예력에 따라 사설과 음률이 항상 변할 수 있는 소리의 형태를 말한다. 속요의 형태는 다양하다. 예전 소리들은 주로 일 노래 중심이었다. 우리 속요의 대다수가 작업과 무관하지가 않은 것은, 그만큼 민초들의 삶속에 녹아있던 응어리진 소리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던 농사소리, 밭을 매면서 하는 밭 매는 소리, 여인네들이 김쌈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부르는 시집살이 등. 이런 많은 류의 소리들이 모두 일 노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IE001675068_STD▲ 아리수 우리전통 민요를 재해석해 곡을 만들고 있는 여성민요그룹 아리수의 공연모습

전통 민요를 재해석 하다

여성민요그룹 아리수. 아리수는 ‘아리랑+나무(樹)=아리랑 나무’를 뜻한다. 전통 민요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 이 시대의 민요를 추구하며 국악이 대중음악의 한 축이기를 희망한다. 수원 화성박물관에 기반을 두고 토요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아리수는 전통 민요의 재해석을 바탕으로 민요의 현대화에 앞장을 서 온 민요그룹이다.

2005년도에 창립을 한 아리수는 그동안 3기 단원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100회 이상의 무대공연에서 이들이 보여 준 민요에 대한 열정과 끼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칭찬을 하고 있다. 아리수는 대부분이 20대 젊은 소리꾼들이지만 적어도 15년 이상 경기소리, 남도소리를 공부한 전공자들이다. 평론가들에게 ’21세기 민요 창조’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이 런 여성 민요그룹 아리수가 3집 정규음반인 ‘여성, 아리랑 꽃으로 흩날리다’를 발매했다. 이 음반에는 전통 소리를 바탕으로 여성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다. 전통 민요를 재해석하여 1, 2집을 발표했던 아리수는 3집 음반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음반을 제작한 아리수 왕규식 대표는 “시즌의 첫 번째 이야기는 여성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일(노동), 세 번째는 자연(생태)을 담은 앨범을 일년에 하나씩 발표하여 시즌3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번 음반에는 모두 7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 곡들을 살펴보면 그 형식과 내용이 다양하다. 타이틀곡이자 첫 곡인 ‘여성 비나리’는 전통 비나리 형식을 빌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의 삶을 살펴보며 기원을 노래했다. 전통 타악 장단에 기타, 건반 등을 배치하여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또, 창작판소리 ‘나아줌씨 이야기’는 우리 사회 아줌마의 일상과 애환을 담았다. 다른 곡들도 여성의 세대별 이야기를 전통 민요와 창작곡으로 노래했다. 10대, 20대는 ‘멋진 여자’,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자장가 형식의 ‘아름다운 선물’, 40대 이상은 ‘사랑은 나의 힘’에 담았고, 옛 여인의 사랑을 ‘창부타령’으로 노래했다. 또 하나 주목할 곡은 ‘엉겅퀴야’이다. 이 노래는 1984년 창립하여 활동했던 민요연구회의 민영 시인의 시 ‘엉겅퀴 꽃’이다.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잃고 홀로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잡고 머리위에 수건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 두고 어디갔소 쑥국소리 목이메네

흡사 과거 시집살이와 같은 음구로 되어있는 이 시는 그저 부르지도 못한 임에 대한 절절한 사연이 담겨있다. 아리수가 민요연구회의 맥을 이어서 활동한다고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이 곡을 재편곡하여 수록한 것은 현대 민요의 계보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이번 앨범은 여성의 역사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다양한 음악 장르로 꿈과 희망을 담아낸 셈이다.

이번에 발매가 된 여성 민요그룹 아리수의 제3집인 ‘여성, 아리랑 꽃으로 흩날리다’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이들이 그동안 무대에 올렸던 많은 작품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오늘 민영 시인의 시를 노래한 엉겅퀴야가 듣고 싶은 것도, 암울한 이 시대에 더 깊이 있는 소리 한 자락이 그리워서이다.